생체시계와 일주기리듬, 그리고 호르몬의 관계
생체시계, 일주기리듬, 호르몬 3가지의 관계에 대해서 알아보자. 그리고 3가지가 어떤 메커니즘을 통해 우리 몸에 영향을 주는지 파해쳐보자.
지구는 24시간 주기로 자전 중에 있다. 그 결과 우리는 24시간 동안 낮과 밤을 경험할 수 있다. 아침이 되면 해가 뜨고 밤이 되면 달이 뜨면서 어둠이 찾아오는 이유는 지구의 자전 때문이다.
지구에 살아가는 생명체는 자전하는 지구의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오랜 시간에 걸쳐 그들만의 무기를 개발했는데, 그것이 바로 '생체시계(Biological clock)'다.
생체시계는 몸 안에 존재하는 작은 시계다. 뇌의 시상하부에 '시교차상핵(SCN: Suprachiasmatic nucleus)'이라는 기관이 위치해 있다. 시교차상핵은 좁쌀보다 작은 크기지만, 생체리듬을 조절하는 핵심 역할을 한다.
생체시계는 눈의 망막에 있는 세포(멜라노프신 함유 망막신경절세포)를 통해 '빛'을 감지한다. 뇌는 감지한 신호를 바탕으로 낮과 밤을 구별할 수 있게 된다. 인간은 시간을 알려주는 도구를 발명하기 전에도 이미 그들만의 정교한 시계를 가지고 있었다.
지구의 자전이 수십억 년에 걸쳐서 낮과 밤을 만드는 것은 가장 일관적이면서 확실한 예측이 가능한 현상이다. 지구의 생명체가 태양으로부터 오는 햇빛을 매개로 그들의 생활패턴을 정착시키는 것은 생존과 번식에 있어 가장 유리한 전략이었을 것이다.
인류의 조상은 수렵, 채집 및 사냥을 했다. 밤이 되면 포식자의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 밤에 먹을거리를 구하려면 보이지 않는 포식자들을 상대해야 했다.
배고픔에 못 이겨 어둠 속에서 사냥을 한다면 그만큼의 리스크를 감수해야 했을 것이며, 생존확률을 극히 낮추었을 것이다. 따라서 그들은 해가 지는 시간 동안 동굴에서 은신했을 것이다.
인류의 700만 년 역사에서 '인공조명이 개발된 것은 근 300년도 되지 않는다. 1879년 에디슨은 백열전구를 개발했다. 그 이전의 세대에 살았던 사람은 오후 6~8시 정도만 돼도 어둠으로 가려진 세상을 관찰했을 것이다.
사람들은 하루 일과를 마무리하고 얼마가 지나지 않아 바로 잠자리에 들었을 것이다. 백열전구의 발명은 인류에게 혁신을 가져왔다. 다만 지금의 현대사회에서 생체시계가 시간을 판단하기에는 정말 곤혹스러운 상황이 되었다.
항상 갑작스러운 변화는 당황스럽다. 예를 들어 헬스장을 열심히 가서 운동을 하던 사람이 있다. 갑자기 헬스장을 가지 않고 기름진 음식을 먹으며 운동을 가기 싫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그 사람이 설명을 해주지 않는 한 이해하기 힘든 상황일 것이다. 생체시계의 입장에서도 똑같다.
생체시계는 시간을 인지하고 해당 시간에 적절한 생물학적 리듬을 만들어낸다. 가장 대표적인 리듬은 '일주기리듬(Circadian rhythm)'으로 하루 24시간을 주기로 하는 리듬을 말한다.
일일 주기의 리듬도 있으나 우리 몸에는 이보다 더 긴 주기나 짧은 주기의 리듬도 존재한다. 예를 들어, '계절성 리듬(Circannual rhythm)'은 1년을 주기로 하는 리듬으로, 계절에 따른 호르몬 변화나 동물의 겨울잠 등과 관련이 있다.
반면 '울트라디안 리듬(Ultradian rhythm)'은 24시간보다 짧은 주기로 반복되는 리듬으로, 수면 중 REM-비REM 주기나 식욕 주기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러한 다양한 생체리듬들이 서로 상호작용하며 우리 몸의 복잡한 생리적 프로세스를 조절한다.
이들은 모두 지구의 자전주기에 가장 적합한 형태의 리듬이다. 사람은 본인이 자기 1~2시간 전부터 조금씩 졸음이 밀려온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것이다.
일주기리듬과 가장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는 항목은 호르몬이다. 정착된 일주기 리듬에 맞춰 수면 호르몬인 멜라토닌을 분비하여 졸음을 유도한 결과이다. 잠을 자고 일어나는 것도 리듬에 맞춰 각성호르몬인 코르티솔이 분비되었기 때문이다.
사실 호르몬과 일주기리듬의 관계는 서로 상호작용하는 관계에 있다. 하지만 굳이 상하관계를 따진다면 일주기리듬이 제시하는 타이밍에 맞춰서 호르몬이 분비되는 게 맞다.
생체시계, 일주기리듬, 호르몬 3가지의 관계를 1 문장으로 정리해 보자.
지구가 자전하고, 그에 적응하기 위해 생명체는 생체시계를 내장하게 되었으며, 그 시계가 일주기의 리듬을 만들어내고, 리듬에 따라 그에 부합하는 호르몬을 분비하여 생리적 현상을 유도한다고 정리할 수 있다.
우리는 보다 생체시계와 일주기리듬, 그리고 호르몬의 관계를 이해하고 최대한 일주기 리듬에 동조하는 생활패턴을 규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인류의 진화에 반하는 결과를 맞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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